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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트리, 공공 미술인가? 흉물인가?(0) 등록일 2017.05.31 1244

카카오스토리

슈즈트리.png

1970년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는 2017년 사람이 다니는 17개의 길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서울로 7017’로 명명되었습니다. ‘서울로 7017’은 도심 속 정원로인데요. 서울시에서는 도시 재생의 의미를 살리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슈즈트리'를 전시했습니다. 


슈즈트리는 황지해 작가가 헌 신발 3만 켤레를 활용해 만든 설치미술 작품입니다. 높이 17m로 신발을 수직으로 매달고, 길이 100m로 물결치는 길처럼 만들어,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폭포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폐기한 신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예술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작품을 본 시민들은 ‘이게 예술이냐’, 

'흉물같이 생겼다', ‘세금이 아깝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등 부정적인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에 황 작가는 “꽃과 나무, 조명 등이 배치되고 완성되면 달라질 것이다”라며, “흉물인지 아닌지, 예술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인내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황 작가는 자신의 작품인 슈즈트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사물로 대화를 걸었다. 차가 다니던 고가도로가 보행길로 재탄생되면서 ‘걷는 세상’이 왔다는 의미를 ‘신발’로 전하고 싶었다.” 또한, 그는 “슈즈트리는 흉물이 아니라 괴물이다. 흉물은 하나의 얼굴만 갖고 있지만, 괴물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며 “추함과 선함을 동시에 가진 프랑켄슈타인처럼, 슈즈트리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쓰레기이면서 보물이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슈즈트리에는 이런 의미도 담았다고 합니다. 1919년 9월 조선 총독으로 부임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사이토 마코토 총독에게 수류탄을 투척한 강우규 의사 동상이 있는데, 동상 오른손 아래에 동자승이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고 전해지는 자주색의 ‘우단동자’ 꽃을 심었다고 합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예술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도발적인 시도다. 영구 설치 작품도 아닌데 ‘흉물’이라고 낙인 붙이고 설치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폭력’”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쇼몽 페스티벌과 캐나다 퀘벡의 그랜드메티스 정원 페스티벌에서도 슈즈트리의 신선한 발상을 높이 평가하여 황 작가에게 참가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은 있습니다. 미술평론가 권혁빈 씨는 “서울역 광장은 근현대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옛 서울역사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다”며 “광장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덜어내면서까지 그 자리에 슈즈트리가 꼭 들어가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애초 대행업체를 통해 '플라워 페스티벌'을 하려다, 자문한 황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거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슈즈트리' 설치작업이 공개될 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고, 논란이 된 후 작가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막아주지도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긍부정의 의견이 모두 공존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예술작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술이란 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죠. 특히 ‘현대 미술’은 일부러 추한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판하는 사람은 ‘현대 미술’이 아닌 ‘공공 미술’이라는데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는 듯합니다. ‘공공 미술’은 정부,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만드는 작품으로, 공공의 대중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미술입니다. 고로 예술적 가치보다는 기능에 충실하거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호응이 좋아야 합니다. 


공공 미술의 좋은 사례로는 서울역 옛 대우빌딩이 서울스퀘어로 리모델링되면서, 건물 4층부터 23층까지 건물 외관에 가로 78m, 세로 99m에 걸쳐 LED 전구 3만 9,336개를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를 들 수 있습니다.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 위에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이 펼쳐졌죠. 그 가운데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줄리안 오피의 ‘크라우드(Crowd)’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볍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미지로 서울스퀘어 새 단장 때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롯데월드 제2 타워 사고와 싱크홀로 인해 괴담이 흉흉하던 시기인 2014년, 네덜란드 출신 설치 미술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석천호수에 러버덕(Rubber Duck)을 전시했던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공공 미술’에 대해 늘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며 팝 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에 의해 세워진 조형미술 작품 스프링에 대해서도 당시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막대 사탕이냐”, “불량식품 같다”, “예산 낭비다” 등등 비판의 목소리가 컸었죠. 

이번 슈즈트리 뿐 아니라, 크라우드, 러버덕, 스프링 모두 ‘공공 미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그보다 앞서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중요하겠죠. 선진국일수록 시민들이 함께 쓰는 공공 장소에 국가가 투자를 많이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용 공간에 필요한 기능을 갖출 뿐 아니라 아름다움도 더하죠. 사회라는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공 미술은 그러한 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 미술에 대한 시민 의식과 수준도 높아지고, 서울시의 기획 수준도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자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


 

1. ‘예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또한, 소위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것과 떨어진다는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고, 또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 기준일까요?

 

2. 예술은 인간에게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또한 예술이 우리 인간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나눠보세요.

 

3. ‘공공 미술’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공공 미술’을 정의하기 이전에, 우선 ‘공공’의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공공’이란 무엇인지,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세요. 그러고 나서 내린 정의에 의하면 ‘공공 미술’은 또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세요.  

 

4. ‘예술’과 ‘공공 미술’의 정의를 내려보았습니다. 그럼 그러한 정의와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번 황지해 작가의 작품 슈즈트리는 ‘공공 미술’의 기준을 잘 충족시키고 있나요?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면에서 부족한지 이야기 나눠보세요.

 

5. 슈즈트리는 원래 일정대로 9일간의 전시를 마치고 29일에 철거되었습니다. 전시 설치부터 철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내었고, 선의로 재능기부를 한 황 작가에게도 상처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전시 설치 이전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서울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요.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설치를 하되 사전 홍보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았을지 이야기 나눠보세요.

 

6. 슈즈트리와 상관없이 ‘서울로 7017’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지난 주말에 개장한 고가공원에는 25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였는데요. ‘서울로 7017’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기획자였다면, 만약 슈즈트리가 아니라면, 이곳에 어떠한 ‘공공 미술’ 작품을 했다면 좋을지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이야기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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