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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엄마, 행복한 아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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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여학생, 이대로 괜찮을까요?(0)
작성일
2020.09.01
조회수
723
프로그램

Q.3 딸아이는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요. 공부를 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지만 성적은 상위권에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지내는 듯 합니다. 아이는 냉소적이고 주변의 어지간한 소동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부모는 수용적인 편이고 맞벌이의 평범한 가정입니다. 아이가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알뜰한 성격이라 요구사항이 많지가 않아서 어지간한 부탁은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지만 집에서는 가족 모두를 무시하고 싫어하고 예의가 없이 행동합니다. 가능하면 잔소리를 하지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쩌다 한번씩 말을 하면 아이가 대답을 하지않거나 너무 무시하는 말투라서 몹시 기분이 상하고 초등 고학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감정싸움이 격해서 언제부터인가 화가나면 고성을 지르게 되더라구요.

 

아이는 방에 한번 들어가면 스마트 기기로 혼자 놀면서 거의 나오지 않고 밥도 안먹고 잠도 늦게 자고 방은 엉망입니다. 숙제는 하루종일 놀다가 밤을 새워 하면서 다음날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도와줄거 아니면 신경쓰지도 말라는 아이입니다. 밖에 별로 나가지 않는 아이가 한밤중에도 말도 없이 나가 들어오지 않아서 하나 저장되어 있던 아이 친구 연락처로 전화를 했더니 나중에 집에 들어온 아이가 엄마 휴대폰에 저장된 그 아이의 연락처를 지워버리더군요. 또 하루는 학원가는 시간을 잘못알아서 시간이 늦었다고 학원을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태워 학원에 내려주려 했더니 내리지 않기에 그냥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고집을 부리더라구요. 그래서 알아서 문 열고 나오겠거니 하고 혼자 집으로 들어왔는데 한밤중이 되어서 나가보니 차에 그대로 있다가 엄마가 차 열쇠를 가지러 간 사이에 차에서 나와 어디론가 달아나버렸어요. 집으로 들어오라고 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사정하며 밤을 지새우고 고민하다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야 아이가 집으로 들어옵니다.

 

언젠가는 심각하게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너무 자존감이 높고 고집이 세고 아쉬운 것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이 아이의 기를 좀 꺾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며 아이가 항복할 아이템을 준비하다가 아이가 안쓰럽고 조바심이 나서 번번이 실패해서 엄마 자신을 한심해했지요. 그런데 그날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은 너무 자존감이 낮고 죽고 싶은데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살고 있다면서 눈물을 철철 흘립니다. 굉장한 충격이었죠.

 

너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것 같아서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에 나가서도 그러한 성향으로 자랄까봐 걱정되면서 그냥 두면 방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어서도 안 될것 같은데 만일 커가면서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이가 클때까지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 수 있을 텐데, 어떠한 방법으로 지도를 해야 하는지 마음만 초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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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이버 상담이라는 것이 내담자께서 적어주신 글에 의존해서 상황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기에 올려 주신 글을 여러번 읽으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머문 곳은 어머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들어오지 않은 밤 온갖 걱정을 하며 보낸 시간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배려하며 기다려준 엄마에게 들려온 딸의 냉소적인 말은 어머님의 마음을 얼마나 쓰라리게 했을까? 이해하기 힘든 딸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은 또 얼마나 답답할까? 이런 엄마의 마음을 딸아이가 백분의 일 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자식과의 사랑은 늘 일방통행 짝사랑만 같습니다.

 

혼자 골똘히 고민하고 있다가 마침 휴일이라 가족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아이들은 따님이 죽을 만큼 힘들다 했으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 것라고 했고, ‘엄마 아빠가 수용적이고 평범한 가정이라면 문제는 대부분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이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프랜시스 젠슨의 책 ‘10대의 뇌가 떠올랐습니다. 그에 따르면 평범한 10대이든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10대이든 그들이 하는 고민의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가 있겠지요. 그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하는 걱정 다섯 가지는 <친구, 반 친구, 학교, 건강, 성적>이라고 해요. 결국은 아이들의 고민 절반 이상이 교우 관계나 학교생활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것은 따님을 통해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니 일단 대화를 시도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0대의 자녀와 가장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대화가 길어지면 잔소리가 되기 쉬우니 간단하게 문자로?’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도 남자 아이들이라 이렇게 말한 것 같은데 이건 아이의 성향과 현재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아이와 글로써 소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 드려 봅니다. 글은 말보다는 좀 더 생각을 정리해서 전할 수 있기에 상대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내 생각을 전하기 쉬운 것 같아요. 저는 감정적이라 가끔 아이들에게 글로 제 마음을 전하곤 하는데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엄마의 걱정하는 마음, 서운한 마음 그리고 그 뒤에 따님과 진심으로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글을 써 보시면 어떨까요?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을 보고 저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짧은 글을 몇 편 써보았습니다.

 

[엄마는 네가 한밤중에 말도 없이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을 때 너무 무섭고 걱정됐어. 무서운 상상과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어. 엄마는 안정감이 중요한데 네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고 무슨 사고를 겪지나 않았을까 걱정도 돼서 네가 싫어 한다는 걸 알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할 수 밖에 없었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가 너무 힘들었거든. 근데 내가 알고 있는 너 친구 번호가 하나 밖에 없어서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내가 그동안 너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근데 또 생각해 보니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네가 워낙 스스로 잘하는 아이라 믿고 있었던 것 같아. 밤새 너무 걱정을 해서 나중에 네가 집에 들어왔을 땐 좀 밉고 화가 나더라. 그리고 네가 엄마 핸드폰에서 저장된 친구 번호를 지울 땐 울고 싶은 마음이었어. 네가 엄마 마음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엄마는 너의 마음을 알고 싶고 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어제 밤에는 어디에 있었니? 엄마가 차 열쇠를 가지러 갔다 와보니 네가 없어서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고 화가 났어. 어두운 밤에 혼자 식탁에 앉아 널 기다리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봤어. 네가 뭔가 힘든 일이 있고 고민이 있는데 너의 고민을 이야기할 안전한 대상이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화나던 마음이 미안한 마음으로 변해버렸어. 어렸을 땐 네가 엄마한테 너의 모든 이야기를 다 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였을까? 엄마가 회사 다니느라 너한테 엄마가 딱 필요한 그 순간 옆에 있어 주지 못한 적도 있었겠지. 그래서 혼자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었겠지. 엄마는 그런 네가 스스로 뭐든 잘 해내는 아이라고만 생각했었어. 엄마는 마음만은 늘 너와 함께였는데. 보고 싶고. 안아 주고 싶어.]

 

[네가 자존감이 낮고 죽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살고 있는 거라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을 때 나는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 나는 네가 자존감도 높고 스스로 확고한 생각과 고집도 있는 아이라고 늘 생각했거든. 우선은 엄마인 내가 딸을 그렇게도 몰라줬다는 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 있는 그대로의 네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대로의 너로만 본 것 같아서 그것도 미안해. 엄마는 네가 스스로 할 일도 잘하고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이랑도 원만히 잘 지내는 걸로 보여서 안심하고 있었거든. 네 마음 속이 이렇게도 힘든데 엄마가 그걸 몰랐다니 미안하다. 하나씩 뭐가 힘든지 엄마한테 이야기 해 줄 수 있어? 말로 하는 게 힘들면 글로 적어줘도 좋을 것 같고. 적다 보면 너도 네 마음이 좀 정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야.]

 

이 정도네요. 순전히 제 생각으로만 쓴 글이니까 어머님의 생각이나 느낌, 감정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고 따라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자신 밖에는 없으니까요. 상담자인 저는 그저 옆에서 도와드리는 역할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딸아이는 냉소적이고 흔들림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수용적인 편입니다.

 

집에서의 딸아이는 가족 모두를 무시하고 싫어하고 예의가 없이 행동합니다.

 

지금은 살아가는데 아쉽지가 않아서 이럴 수 있는 건지.

 

딸아이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다는 확신만 있다면 아이가 클 때까지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다시 보는 이 글들이 어머님께는 어떻게 읽혀지시나요?

 

겉이 유하고 부드러울 수 있는 건 속이 단단하고 자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속이 단단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다면 겉을 단단하게 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수밖에 없지요.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은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가진 능력과 성격, 환경 안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그 모습이 어떤 형상을 지녔건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따님의 모습도 어머님의 모습도 모두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물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사실 어떤 모습의 사람들이건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가끔 새벽에 잠을 깰 때가 있습니다. 온 세상이 조용합니다. 깜깜한 이 밤에는 모두 다 잠을 자고 있으니까요. 조금 있다 해가 뜰 시간이 되면 온 동네의 새들이며 매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확신합니다. 2시간 30분 후에는 온 세상이 밝아지며 시끄러운 소리들로 가득차게 되리란 것을요. 하지만 잠들어 있는 두 아들 녀석들을 보면서는 걱정이 들죠. 10년 후 20년 후 제 앞가림이나 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 하구요.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그 확신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확신에 차서 살 수 있을까요? 해가 뜨고 세상이 환해질 거라는 확신만큼 확실한 것 말고 우리는 또 뭘 확신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불안한 마음을 걷어내고 아이를 보면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믿음은 생겨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조차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글을 읽다가 어머님은 화가 나실 때 그 화를 어떻게 풀어내실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아이한테 버럭 소리를 친다고 화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실 테고 따로 해소하시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1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신만의 화 해소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에 쓰는 방법은 압력밥솥 떠올리기입니다. 압력밥솥에 열기가 남아 있을 때 밥을 퍼서 담아두면 밥솥 표면에 붙은 밥알이 그 열기로 딱딱하게 굳어서 물에 한참을 불려야 설거지를 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열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밥을 푸면 적당한 온도와 수분기로 인해 밥알이 밥솥에 눌러 붙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런 시각적인 상상이 효과가 있더라고요. 난 지금 열 받은 밥솥이다. 지금 내가 말을 내뱉으면 다 눌러 붙은 밥알이 된다.

 

제가 어머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예요.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시면 좋겠다는 것과 어머님의 화를 풀고 마음이 평온해 지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면 좋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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